왕과 사는 남자 엔딩 크레딧, 故이선균 추모가 왜 이렇게 먹먹할까요?

얼마 전 극장에서 <왕과 사는 남자>를 본 지인이 “엔딩 크레딧에서 이름 하나 보고 울컥했다”고 하더라고요. 영화가 끝난 뒤 바로 일어나는 편인데, 그날은 스크린 아래로 올라가는 글자를 끝까지 봤대요. 바로 ‘이선균’이라는 이름 때문이었습니다.
이 이슈가 더 크게 퍼진 건, 영화 자체가 2026년 극장가에서 워낙 뜨거웠기 때문이에요. 2월 4일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는 장항준 감독의 사극 도전작이고, 유해진·박지훈·유지태·전미도 등이 출연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3월 6일 개봉 31일째 천만 관객을 넘겼고, MBC 보도에서는 2024년 <범죄도시4> 이후 22개월 만의 한국 영화 천만 기록으로 짚었습니다. 그러니 엔딩 크레딧 한 줄도 더 많은 관객의 눈에 들어온 거죠.
엔딩 크레딧에 실제로 무슨 이름이 올라왔나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퍼진 사진을 보면, 엔딩 크레딧 말미에 “제작진은 다음 분들께 특별히 감사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나오고 그 아래 여러 이름이 이어집니다. 보도에 언급된 이름만 봐도 류승완 감독, 싸이, 정웅인, 김희선, 양준모, 강필석, 박지훈 팬카페 등이 포함됐고, 그중 ‘이선균’이라는 이름이 함께 등장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어요. 제작진이 공식적으로 “이 이름은 故이선균 배우를 뜻한다”고 단정 발표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확인된 사실과 관객 해석은 나눠서 봐야 합니다. 확인된 건 <왕과 사는 남자> 엔딩 크레딧 감사 명단에 ‘이선균’이라는 이름이 있다는 점, 그리고 이 이름이 알려진 뒤 고인을 떠올리는 반응이 커졌다는 점입니다.
왜 故이선균 추모로 받아들여졌을까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故이선균을 떠올린 이유는 장항준 감독과 고인의 인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영화 <끝까지 간다>에서 각색자와 주연 배우로 인연을 맺었고, 이후 tvN 예능 <아주 사적인 동남아>에도 함께 출연했습니다. 장항준 감독의 유튜브 콘텐츠에도 이선균이 게스트로 나왔고, 방송에서도 가까운 사이로 여러 번 언급됐죠.
그래서 “직접 출연하지 않은 배우의 이름이 왜 감사 명단에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고, 많은 관객이 장항준 감독식의 조용한 인사로 받아들였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이 참 <왕과 사는 남자>답게 느껴지기도 해요. 영화가 크게 울부짖는 방식보다, 오래 곁에 남는 마음을 다루는 작품이다 보니 크레딧 속 작은 이름 하나도 크게 다가온 겁니다.
제작사 쪽 설명은 어디까지 나왔나
엑스포츠뉴스와 OSEN 인터뷰에서 제작사 온다웍스 임은정 대표는 감사 크레딧에 대해 조심스럽게 설명했습니다. 작품에 참여한 제작진, 감독, 배우들이 도움을 받은 사람들을 올리는 자리이고, 그 명단을 서로 일일이 의논하지는 않는다는 취지였어요. 가족 이름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개인적인 사연으로 올라가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임 대표는 이선균이라는 이름이 어떤 의미인지 단정해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게 되게 중요합니다. 팬 입장에서는 추모로 읽고 싶고, 실제로 그렇게 느끼는 관객이 많지만, 기사로 확인되는 제작사 입장은 “감사 명단의 성격상 개인적 의미가 있을 수 있으나, 구체적인 의미를 공식 단정하기는 어렵다”에 가깝습니다. 루머처럼 부풀릴 대목은 아니고, 확인된 선에서만 보는 게 맞습니다.
흥행작이라 더 커진 크레딧 한 줄의 힘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를 배경으로, 왕위에서 쫓겨난 어린 선왕 단종과 그를 맞이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유해진은 촌장 엄흥도, 박지훈은 단종 이홍위, 유지태는 한명회로 등장합니다. 한국일보 제작보고회 보도에 따르면 장항준 감독은 역사 속 실존 인물을 다루는 만큼 가볍게 접근할 수 없었다고 했고, 기획 단계부터 역사학자 자문과 풍속사 자료를 참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작품의 톤을 생각하면, 엔딩 크레딧 속 감사 명단도 그냥 지나가는 자막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영화는 사라진 사람, 남겨진 사람, 기억하려는 사람의 마음을 계속 붙잡고 가거든요. 그런데 상영이 끝난 뒤 고인의 이름으로 읽히는 글자가 올라오니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 안팎의 감정이 겹칠 수밖에 없습니다.
- 확인된 사실: 엔딩 크레딧 감사 명단에 ‘이선균’ 이름이 등장
- 확인된 사실: 제작사 대표는 감사 명단이 개인적으로 도움받은 사람을 올리는 성격이라고 설명
- 구분해야 할 부분: 제작진이 공식적으로 故이선균 추모라고 못 박은 발표는 없음
- 관객 반응: 장항준 감독과 고인의 인연 때문에 추모로 받아들이는 해석이 확산
그래서 이 장면이 오래 남는 이유
사실 엔딩 크레딧은 영화계에서 가장 사적인 동시에 가장 공식적인 공간 같아요. 본편이 끝난 뒤에야 보이는 자리지만,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남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화면이니까요. 특히 <왕과 사는 남자>처럼 천만 관객을 넘긴 작품이라면 그 이름은 훨씬 많은 사람에게 닿습니다.
故이선균은 2023년 12월 세상을 떠났고, 당시 수사 과정과 보도 방식까지 두고 사회적으로 많은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대중에게도 그의 이름은 아직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이름입니다. 이번 크레딧 이슈가 단순한 연예 화제를 넘어 먹먹하게 번진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누군가는 영화적 의리로, 누군가는 친구를 향한 조용한 인사로, 또 누군가는 관객이 건네는 늦은 묵념처럼 받아들였을 겁니다.
다만 여기서 가장 건강한 감상은 확인된 것과 느낀 것을 분리하는 태도라고 봅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건 크레딧에 이름이 있다는 사실과 제작사 인터뷰의 설명입니다. 그 너머의 감정은 관객 각자의 몫이에요. 그래도 좋은 영화가 끝난 뒤 작은 이름 하나가 사람들을 잠깐 멈춰 세웠다는 것,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오래 남을 장면처럼 느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