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뮤지컬어워즈, 왜 올해는 ‘한복 입은 남자’가 화제였을까요?

요즘 뮤지컬 커뮤니티를 보다 보면 시상식 결과 하나에도 작품 재관람 이야기, 캐스팅 이야기, 앙상블 칭찬이 한꺼번에 터지더라고요. 그중에서도 한국뮤지컬어워즈는 뮤덕들이 꽤 예민하게 보는 행사입니다. 단순 인기투표 느낌보다 작품성, 창작진, 배우 성과가 같이 보이기 때문이죠.
2026년 1월 1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는 10주년이라는 상징성까지 붙었습니다. 한국뮤지컬협회 공식 발표와 뉴시스 보도 기준으로 보면, 이번 회차는 2024년 12월 2일부터 2025년 12월 7일까지 국내에서 개막해 유료 공연된 창작·라이선스 뮤지컬을 대상으로 했고, 출품작은 102편이었습니다. 역대 최다 규모였다는 점부터 경쟁이 꽤 빡셌던 셈입니다.
대상은 왜 ‘한복 입은 남자’였을까요?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작품은 단연 한복 입은 남자였습니다.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 수상작으로 호명됐고, 편곡·음악감독상 이성준, 무대예술상 서숙진까지 가져가며 3관왕에 올랐습니다.
이 작품은 조선 과학자 장영실의 마지막 행적을 상상력으로 풀어낸 창작뮤지컬입니다. 이상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장영실의 발명품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 루벤스의 그림으로 알려진 ‘한복 입은 남자’ 이미지를 연결합니다. 소재만 보면 역사극인데, 사실 접근 방식은 꽤 야심 있어요. 한국적 인물과 서구 예술사의 상징을 이어 붙여 “만약 장영실이 세계사적 상상력 안에서 다시 읽힌다면?”이라는 판을 깐 셈이니까요.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작품이 단순히 “한국적인 이야기라서” 상을 받은 분위기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은 창작뮤지컬의 성취를 강하게 보는 상이고, 이번 수상은 무대 미학과 음악적 완성도까지 함께 인정받은 흐름으로 읽힙니다.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의 엄홍현 프로듀서가 앙코르 공연 의지를 언급한 것도 화제가 됐지만, 현재 글 작성 기준으로는 수상 소감에서 나온 바람에 가깝고 확정된 재공연 일정으로 단정하면 안 됩니다.
작품상 흐름은 꽤 흥미로웠습니다
작품상은 객석 규모에 따라 나뉘었습니다. 400석 이상 작품상은 어쩌면 해피엔딩, 400석 미만 작품상은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이 받았습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이미 국내 뮤덕들 사이에서 “믿고 보는 창작뮤지컬”로 자리 잡은 작품이죠. 미래의 서울,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 사랑이라는 감정을 발견하는 이야기. SF 설정인데 이상하게 아주 인간적인 작품입니다. 10주년 시즌이라는 타이밍에 한국뮤지컬어워즈 작품상까지 더해지면서, 이 작품의 장기 생명력이 다시 확인됐습니다.
반면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더 작은 무대에서 출발한 작품의 힘을 보여줬습니다. 문해학교에 다니는 할머니들이 읽고 쓰는 즐거움을 알아가는 이야기인데, 작품상 400석 미만 부문뿐 아니라 오경택 연출상, 김하진 극본상까지 받으며 3관왕에 올랐습니다. 솔직히 이런 결과가 반가운 이유는 명확합니다. 대형 라이선스나 스타 캐스팅이 아니어도, 좋은 이야기와 밀도 있는 무대가 있으면 시상식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걸 보여줬거든요.
배우 부문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강했습니다
배우 부문에서 제일 눈에 띈 작품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였습니다. 박은태가 남자주연상, 조정은이 여자주연상을 받으면서 주연상 두 자리를 모두 가져갔습니다.
이 작품은 감정선이 굉장히 섬세한 편이라 배우의 호흡이 무대 전체를 좌우합니다. 박은태와 조정은은 폭발적인 넘버보다 인물의 망설임, 선택, 흔들림을 쌓아 올리는 데 강점이 있는 배우들이라 이번 결과가 납득된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뮤지컬 팬들이 “노래 잘한다”에서 끝내지 않고 “장면을 살린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 이유가 딱 이런 경우죠.
- 여자주연상: 조정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 남자주연상: 박은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 여자조연상: 한보라, 라이카
- 남자조연상: 정원영, 알라딘
- 여자신인상: 이성경, 알라딘
- 남자신인상: 강병훈, 베어 더 뮤지컬
- 앙상블상: 에비타
여기서 또 하나의 화제는 이성경입니다. 알라딘 자스민 역으로 여자신인상을 받았는데, 드라마와 패션 쪽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가 뮤지컬 무대에서 신인상까지 받았다는 점이 꽤 큰 뉴스였습니다. 다만 “배우 전향 성공”처럼 너무 빠르게 포장하기보다는, 이번 수상은 알라딘 무대에서 보여준 성과에 대한 평가로 보는 게 맞습니다.
창작진 수상도 놓치면 아깝습니다
뮤지컬 시상식은 배우 이름만 보고 지나치기 쉬운데, 한국뮤지컬어워즈는 창작진 부문을 보면 그해 무대의 방향이 더 잘 보입니다. 제10회에서는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장이 프로듀서상을 받았습니다. 시라노, 킹키부츠, 물랑루즈!, 베르테르, 브로드웨이 42번가 등 굵직한 작품들이 함께 언급됐습니다.
작곡상은 라이카의 이선영, 편곡·음악감독상은 한복 입은 남자의 이성준, 안무상은 위대한 개츠비의 도미니크 켈리에게 돌아갔습니다. 무대예술상은 비하인드 더 문의 고동욱 영상디자인, 한복 입은 남자의 서숙진 무대디자인이 함께 받았습니다.
확인된 수상 정보로 보면 이런 흐름입니다
- 대형 창작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가 대상과 기술 부문에서 존재감 확보
- 검증된 스테디 창작: 어쩌면 해피엔딩이 400석 이상 작품상 수상
- 소극장 기반 서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이 작품·연출·극본 3관왕
- 배우 성과: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남녀 주연상 동시 배출
- 가족 관객층: 사랑의 하츄핑이 아동가족뮤지컬상 수상
공로상은 CJ문화재단이 받았습니다. 뮤지컬 신작 개발과 창작 생태계 지원 측면에서 꾸준히 이름이 언급돼 온 곳이라, 이번 특별 부문 수상도 업계 흐름과 맞물려 볼 수 있습니다.
이번 한국뮤지컬어워즈가 남긴 분위기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는 스타 배우만으로 설명하기엔 아까운 시상식이었습니다. 한복 입은 남자,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어쩌면 해피엔딩처럼 서로 결이 다른 창작물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인정받았고, 알라딘과 에비타 같은 대형 무대도 배우·앙상블 부문에서 존재감을 보여줬습니다.
사실 뮤지컬 시장은 티켓값, 캐스팅, 재연 주기, 지방 공연 여부까지 늘 말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상식 결과를 보면 적어도 무대 위에서는 아직 새 이야기를 밀어붙이는 힘이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루머성 재공연설이나 캐스팅 추측은 공식 발표 전까지 선을 긋고 봐야겠지만, 이번 수상작들이 다음 시즌 관객 선택에 꽤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