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필 그 울림, 왜 김진표 이름까지 같이 뜬 걸까요?

얼마 전 전시 캘린더를 훑다가 ‘악필 그 울림’이라는 제목을 봤는데, 솔직히 처음엔 웃음이 먼저 나왔어요. 보통 전시라고 하면 멋지게 다듬은 글씨, 완성도 높은 작품을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이 전시는 반대로 삐뚤삐뚤하고 흔들린 손글씨를 전면에 세웠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이 이야기가 단순한 전시 소식에서 끝나지 않고, 가수 김진표의 문화재단 출범 소식과도 연결됐다는 점이에요.
확인된 내용부터 잡고 가면, ‘악필, 그 울림.’은 고홍명·함은숙 문화재단의 첫 프로젝트인 ‘고함 악필 대회’ 수상작 전시입니다. 전시는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 98 지하 1층 스튜디오 고함에서 2026년 5월 14일부터 7월 12일까지 열렸고, 관람료는 무료였습니다. 현재 날짜 기준으로는 이미 종료된 전시라, 방문 정보를 찾는 분들은 이 부분을 먼저 체크하는 게 맞습니다.
악필 그 울림은 어떤 전시였을까요?
‘악필 그 울림’의 출발점은 꽤 선명합니다. 글씨를 잘 쓰느냐 못 쓰느냐보다, 그 글씨에 남은 사람의 감정과 삶의 흔적을 보자는 기획이에요. 슬로건도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글씨는 없다’였습니다. 손글씨를 평가 대상으로만 보던 시선에서 살짝 빠져나와, 기록 자체의 온도를 보자는 쪽에 가깝죠.
전시에는 제1회 고함 악필 대회 수상작들이 공개됐습니다. 대회에는 약 2주 동안 총 7,307점이 접수됐고, 그중 26점이 수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이 숫자가 꽤 놀라운데요. ‘악필’이라는 단어 하나로 7천 건 넘는 사연이 모였다는 건, 사람들이 아직 손으로 쓴 기록에 반응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디지털 메모와 캡처가 일상이 된 시대라 더 눈에 띄는 흐름이에요.
김진표와 왜 연결됐을까요?
이 이슈가 연예 뉴스 쪽에서도 보인 이유는 고홍명·함은숙 문화재단의 초대 이사장이 가수 김진표였기 때문입니다. 김진표는 패닉, 솔로 활동, 방송 활동으로 대중에게 익숙한 인물이죠. 동시에 한국파이롯트 공동대표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재단은 한국 필기구 산업에 몸담았던 고 고홍명 회장과 함은숙 사장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고홍명 회장은 김진표의 외조부입니다. 김진표가 외조부의 마지막 일기장을 접하며 ‘쓰기’의 가치를 다시 느꼈고, 그 흐름이 재단의 방향성과 첫 프로젝트로 이어졌다는 설명이 나왔습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유명인이 이름만 올린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재단의 키워드가 ‘쓰는 것을 지지하는 재단’이고, 첫 프로젝트도 필기구나 글쓰기 문화와 직접 맞닿아 있습니다. 그래서 ‘악필 그 울림’은 연예인 화제와 문화 프로젝트가 만난 케이스로 보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대회 규모도 생각보다 컸습니다
고함 악필 대회는 그냥 소소한 참여형 이벤트 정도로 보기엔 규모가 꽤 있었습니다. 총상금 규모가 약 3,000만 원이었고, 심사에는 김이나 작사가와 공병각 캘리그래피 작가가 참여했습니다. 김이나는 대중음악 가사로 감정의 결을 잘 포착하는 인물이고, 공병각은 글씨 자체를 시각 예술로 다뤄온 작가라 조합이 꽤 설득력 있었어요.
- 전시명: 악필, 그 울림.
- 연계 행사: 제1회 고함 악필 대회
- 접수 규모: 총 7,307점
- 수상작: 26점
- 총상금: 약 3,000만 원
- 심사: 김이나 작사가, 공병각 캘리그래피 작가
- 장소: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 98 스튜디오 고함
- 기간: 2026년 5월 14일~7월 12일
수치만 봐도 이 프로젝트가 꽤 빠르게 입소문을 탄 이유가 보입니다. ‘예쁜 글씨 대회’가 아니라 ‘악필 대회’라는 반전이 있고, 그 안에 사연과 기록을 넣을 수 있으니 참여 장벽도 낮았을 겁니다. 사실 누구나 한 번쯤 자기 글씨를 민망해한 적이 있잖아요. 그 민망함을 전시의 언어로 바꾼 게 이 기획의 재미입니다.
왜 지금 손글씨가 다시 먹히는 걸까요?
요즘 K-콘텐츠 흐름을 보면, 완벽한 결과물만 소비되는 건 아닙니다. 무대 뒤 메모, 연습생 시절 편지, 배우의 대본 필기, 가수의 손글씨 가사처럼 ‘과정의 흔적’이 팬들에게 더 크게 꽂히는 경우가 많아요. 잘 만든 콘텐츠도 좋지만, 사람이 직접 남긴 흔적은 다른 감정을 건드립니다.
‘악필 그 울림’도 비슷한 지점에 있습니다. 반듯하지 않은 글씨를 부끄러운 것으로 밀어내는 대신, 그 안에 있는 시간과 감정을 보게 만드는 방식이죠. 특히 아이돌 팬덤이나 드라마 팬덤에서도 손편지, 친필 사인, 직접 쓴 메시지는 여전히 강한 힘을 갖습니다. 디지털로 얼마든지 예쁘게 만들 수 있는 시대라서, 오히려 삐뚤어진 진짜 글씨가 더 귀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근데 여기서 조심할 부분도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감동 전시’라는 식으로만 소비되면 실제 기획의 맥락이 흐려질 수 있어요. 확인된 사실은 고홍명·함은숙 문화재단 출범, 김진표 이사장 취임, 고함 악필 대회 개최, 7,307점 접수, 26점 수상작 전시입니다. 그 외 개인 사연의 세부 내용이나 관람객 반응은 게시물마다 차이가 있으니, 공식 발표와 보도에서 확인된 범위로 보는 게 깔끔합니다.
작지만 오래 남는 K-컬처형 전시
‘악필 그 울림’이 흥미로운 건 거창한 기술이나 대형 스타 마케팅 없이도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김진표라는 익숙한 이름이 진입로가 됐고, 김이나와 공병각이라는 심사위원 조합이 신뢰를 더했고, 손글씨라는 소재가 세대 공감대를 만들었습니다. 짧게 지나간 전시지만 K-콘텐츠가 꼭 무대와 드라마, 예능 안에서만 움직이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준 사례에 가깝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악필’이라는 단어를 뒤집은 방식이 제일 오래 남습니다. 잘 쓰지 못한 글씨가 아니라, 그 순간의 컨디션과 마음이 그대로 남은 글씨로 보는 시선이니까요. 요즘처럼 모든 문장이 자동완성되고 매끈하게 보정되는 시대에는 이런 삐뚤삐뚤함이 오히려 더 사람답게 느껴집니다.
